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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유엔총회 연설‥美·이'·캐나다 대표단 퇴장
본부 밖 대규모 시위도‥이란선 대통령 언론고문 수감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유엔 총회에서 매년 장황하고 기상천외한 연설로 세계 지도자들을 당황하게 한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35분간 이어진 총회 기조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미래 세계에 대한 그의 종교적 비전을 제시하고 평화를 호소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이슬람교·기독교·유대교·힌두교·불교 등 다양한 종교의 신자들은 서로 적대적이지 않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그들은 평화롭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함께 살고 있으며 정의·순수·사랑의 대의에 헌신적"이라고 말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또 "구세주(Ultimate Savior)"의 재림이 임박했다고 시사하는 등 종교적 색채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구세주는 사람들과 지공지평을 사랑하는 분이며, 이맘 마흐디로 명명되신 분"이라면서 "우리는 곧 달콤한 봄의 향기를 맡고 영혼이 담긴 산들바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파 무슬림은 12번째 이맘 마흐다 알 문타자르가 메시아로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시아파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자국 핵 개발 프로그램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매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 핵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마디네자드가 주요 강대국들과 이스라엘에 할 말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 세계에는) 패권국가들에 의한 군비확장 경쟁으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개한 시온주의자들이 우리 위대한 국가에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는 것도 이런 끔찍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시오니스트' 혹은 '가짜(fake) 정권'으로 지칭했다고 A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또 "지금 최악의 세계 상황은 경영을 잘못하고, 자신들을 악마에 의탁한 뒤 스스로 '힘의 중심'이라고 불러온 국가들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내년 퇴임하는 아마디네자드의 이날 연설은 그의 8번째이자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마지막 유엔 총회 기조연설이다.
미국의 이란 전문가들은 그가 마지막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자신이 평화를 추구한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바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방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비난도 과거 연설에 비하면 훨씬 약한 수준이어서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던 유럽 외교관들의 집단 퇴장과 같은 파행도 재연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그는 과거 연설에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역사적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9·11테러의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미국, 캐나다와 유대교 주요 명절인 `속죄일'(욤 키푸르)을 맞은 이스라엘의 외교관들은 아마디네자드의 연설에 앞서 보이콧 방침을 밝히고 퇴장했다.
존 베어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반유대주의적 증오의 선동자가 하는 횡설수설"이라고 깎아내렸고, 주유엔 미국대사 대변인은 "그가 이번 유엔 연설을 또다시 피해망상적인 이론과 이스라엘에 대한 역겨운 비방을 하는 자리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유엔본부 근처의 광장에는 아마디네자드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 자리에는 전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와 뉴트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의 모습도 보였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유엔본부 근처에서 성난 시위대에 둘러싸여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는 뉴욕 경찰의 호위를 받아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한편 아마디네자드의 유엔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 언론고문인 알리 아크바르 자반페크르가 체포돼 테헤란의 악명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이란 IRNA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 2월 항소법원에서 공중도덕과 이슬람 관례에 반하는 자료를 펴낸 혐의로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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