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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서울 부자동네가 바뀐다…용산·반포·청담으로 부유층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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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모여 사는 부촌은 그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부촌이 좀처럼 변하지 않거나 서서히 바뀌는 건 부자들끼리 모여 살기를 원하는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다를 바 없다. 최근 미국 서부에서 백인끼리 모여 사는 부촌이 있었는데,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 등이 진입하자 서서히 그곳을 빠져나가 새로운 마을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부자 마을은 명맥을 유지하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서울 성북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50여년 전인 1960년대부터 부촌 명성을 쌓아온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종로 일대 관공서가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급 관료와 현대그룹 일가로 대표되는 대기업 재력가, 중견기업인, 외국 대사관 등이 운집돼 있는 곳이다. 단독주택 특성상 커뮤니티 형태가 강한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인 거주 만족도가 높아 부자들이 좀처럼 이탈하지 않으려 한다. 요즘에는 외국인 거주자도 늘고 있다. 

가격대는 고급 주택이 즐비해 공시가격 기준으로만 봐도 30억~50억원대로 결코 싸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1세대는 오래 살고 있는 반면 그들의 2세는 분가한 경우가 많아 지역적인 선호도가 대를 이어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성북동 주민, 한남·청담으로 이주 

평창동 또한 단독주택 중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1970년대 중반 택지 개발이 시작되며 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역시 기업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북한산 자락에서 산세와 조망이 뛰어나 선호도가 높아진 지역으로 고급 빌라, 아파트 형태도 가미돼 있다. 요즘 들어 고급 갤러리들이 서서히 자리 잡으며 문화공간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한남동은 부촌 계보상 성북동의 뒤를 이어 왔다. 삼성, 현대차, LG그룹 등 대기업 일가가 거주하며 그 기세가 점차 확장되는 지역이다. 남산을 배산으로 하고 한강을 임수로 하는 전형적인 풍수의 양택지다. 조망권이 좋다 보니 이를 두고 소송까지 벌어질 정도다. 근래 들어서는 한강변에 유엔빌리지가 형성되며 고급 빌라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외국 대사관이 대거 입주해 있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 임대시장도 잘 형성돼 있다. 한남동은 시간이 갈수록 인구 집중력과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더힐 개발로 공동주택 형태가 추가되고 있으며, 풍수지리상 강점과 도심 접근성 등에서 그 위세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담동은 상대적으로 젊은 재력가 선호도가 높아지며 신흥 부촌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재벌닷컴의 '30대 그룹 총수 가족 주소' 조사 결과에서 성북동과 한남동에 이어 3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삼성과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의 상가건물 매입으로 명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일대의 대로변 지가가 이미 3.3㎡당 2억원대를 넘어섰다. 청담동은 한강을 접한 강남 고급 빌라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논현동도 부촌에서 빼놓으면 서운할 만한 지역이다. 논현동 전체 면적이 광범위하지만 전통적인 단독주택과 고급 공동주택이 어우러진 부촌으로서의 입지는 충분하다. 최근 부의 흐름이 서판교 지역까지 확장되는 조짐은 있으나 주력이 옮겨 가지는 않고 있어 아직 그 기세가 크지는 않다. 

단독주택 밀집지만 부촌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고급 아파트 밀집지역도 부촌으로서 손색이 없다. 아파트 부촌으로는 먼저 이촌동을 꼽을 수 있다. LG한강자이라는 고급 아파트가 등장하며 이 일대 구심점이 되고 있다. 261㎡(80평)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30억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높다. 이촌동은 사실상 아파트 개발 초기부터 강세를 이어온 지역이다. 근래 들어서는 일본인의 집단 거주지로도 알려져 있다. 강남 개발시대를 맞아 탄생한 반포, 압구정도 부촌의 대표지역으로 꼽힌다. 압구정은 전직 고위관료와 기업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으나, 아파트가 낡아지면서 선호도에서 밀리고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 부유층 선호도 높아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부상한 지역은 도곡·대치동이다. 이 지역은 서로 접해 있기 때문에 한곳으로 모아도 무리가 없다. 도곡동에서는 타워팰리스가 공동주택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타팰'에 산다는 것 자체가 부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정도로 주민들 자부심이 크다. 이는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사한 계층이 모인 아파트인 만큼 거주민 간 커뮤니티가 좋기로 유명하다. 단독주택에 비해 어울려 사는 친밀도가 높고 동호인 모임도 자주 하는 등 새로운 부의 문화를 가진 곳이다. 

물론 타워팰리스가 건축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그 가치가 지속될지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타워팰리스를 대체할 만한 아파트가 주변에 없고 다시 나타나기도 어려워 그 위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평당가로만 보면 최고가 아파트는 삼성동 아이파크다. 극심한 불황에도 3.3㎡당 6000만~7000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단지 내 녹지율이 높고 한강 조망이 탁월해 부자들 선호도가 높다. 물론 주택당 총 금액에서는 서초동 트라움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서리풀 공원을 배경으로 해서 재력가 선호도가 높고, 국토해양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시 매번 선두권을 유지하는 공동주택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아파트 강자로 부상한 지역은 반포 지역이다. 재건축을 통해 새롭게 부상하며 부의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반포래미안퍼스티지는 한때 3.3㎡당 5000만원을 구가하며 교육과 편의시설, 교통접근성을 배경으로 부촌 반열로 재부상했다. 낡은 아파트 촌인 반포에서 새 아파트가 출현하자 인근 주민들이 대거 옮기는 바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부촌의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그 가치를 이어갈 지역이 있다. 단독주택 지역에서는 역시 한남동을 꼽을 수 있다. 지금도 유엔빌리지, 한남더힐을 중심으로 부촌이 형성돼 있지만 강남 선호도가 주춤하면서 앞으로 재력가 선호도가 높아질 만한 유력 후보지다. 강남권에서는 재벌과 A급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청담동 고급 빌라'란 브랜드가 한 시대를 풍미할 부촌으로 손색이 없다. 

아파트에서는 압구정 단지 위상이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재건축 속도가 주춤하지만 정부가 차츰 규제를 풀고 있어 재건축 기대가치는 여전하다. 지난 5월 10일 등장한 부동산 대책으로 소형 평형을 의무적으로 짓지 않고 현재 면적에서 전용면적 기준으로 30%까지 늘릴 수 있으며, 제한 없이 축소도 가능해졌다. 연령대가 높은 주민 정서상 문제를 해결하고 가까운 시일 내 재건축이 이뤄진다면 압구정은 전국구 부촌으로서의 입지를 충분히 굳힐 것으로 보인다. 반포가 그랬던 것처럼 새 아파트로 바뀐 압구정의 가치는 빛날 수 있다. 현대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되면 3.3㎡당 1억원을 넘는 최고급 아파트단지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도 많다. 

또 하나의 부촌 후보지는 용산공원 주변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도심 한가운데 공원을 낀 주거지역은 부촌 역량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용산공원(73만평)은 뉴욕 센트럴파크(103만평)보다 면적은 작지만 런던 하이드파크 등 세계적인 도심 공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더불어 용산역을 중심으로 한 교통 허브 형성은 서울 중심지의 랜드마크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이미 입주한 용산 시티파크와 파크타워가 있어 부의 집결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용산역 전면 지역과 국제빌딩(현 LS용산타워) 인근 주상복합아파트가 입주할 경우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2016년 미군 이전과 더불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주택+아파트 어우러진 부촌 형성 

물론 부촌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도 있다. 향후에도 도심 가치가 계속 유지될 것이란 점이다. 미래 부촌은 도심에 공원과 강을 끼고 병원 등 편의시설 접근이 우수한 지역이 될 것이다. 부촌도 마찬가지로 도심에 있어야 그 역량이 더욱 커지고 빛나기 때문에 외곽 지역으로 가면 갈수록 가치가 낮아진다. 서판교 일대가 신흥 부촌으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서울 도심에서 벗어난 만큼 부촌 가치가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부촌의 거주 형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재력가의 1세대는 단독주택을 주로 선호하지만 다음 부촌 세대는 공동주택 호감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당분간은 단독주택과 고급 아파트, 빌라가 어우러지며 부촌의 역량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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