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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자위 기구의 수입여부는 국민정서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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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 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듯한 각종 성인용품의 국내반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풍양속을 해치는 음란 성인용품이라는 이유에서죠. 이 때문에 성인용품 수입업자들과 세관과의 갈등도 그간 끊이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품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관세청도 구체적인 규정 없이 풍속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기준으로 일관되게 통관을 보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여성용 자위기구를 수입하려다 세관에 발목이 잡힌 A씨. 앞뒤 잴 것도 없이 자위기구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을 거부당했습니다. 최근 들어 자위기구 통관을 놓고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쓴 웃음을 지어야했던 관세청. 이번에는 어땠을까요.

□ '풍속저해 물품' 기준 없으면서 통관 보류는 왜? = 실제로 관세법상 풍속을 저해하는 물품에 관한 기준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세관당국이 자위기구 통관에 번번이 퇴짜를 놓은 것은 성적관념의 비중보다는 물품자체가 '성 풍속'을 저해한다는 이유가 크기 때문이죠.

세관당국은 "현재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에 대해서는 풍속을 저해하는 물품이고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물품임에도 인체유해여부 등을 관리하는 기관이 없어 국민보건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통관을 보류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자위기구를 서로 권장할 만큼 성적으로 개방되지 않았다는 것. 이로 인해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 풍기를 해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세관당국은 "국민의 정서가 자위기구를 내놓고 서로 권장하며 사용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엔 아직 어려움이 있고, 공공연하게 드러내 놓고 전시·판매함을 허용해도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적으로 개방되고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씨가 수입하려던 자위기구에 대해 "성기를 연상케 하는 형상의 남성 및 여성용 자위기구로 우리나라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해당 물품을 본다면 충분히 그 자체로 성욕을 자극하거나 성적수치심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성기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되지 않는 등 성욕을 자극, 흥분 또는 만족시키게 하는 물건으로 볼 수 없다"며 "자위기구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해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따졌습니다.

□ 쓴 웃음 진 관세청, 조세심판원의 결정은? = 결과적으로 관세청은 쓴 웃음을 짓게 됐습니다. 조세심판원이 결정문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자위기구의 통관 보류 조치가 부당하다는 셈이죠.

심판원은 "자위행위 자체를 비정상적인 성행위로 보기 어렵고, 특히 장애인·고령자의 성문제 해결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물품에 대한 시대적 수요와 개인의 행복추구권 등 순기능이 있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해당물품이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자위기구가 곧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 해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지나친 간섭"이라며 "원칙적으로 통관을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사회 풍기를 해칠 수 있다는 관세청의 우려에 공감, A씨가 수입하려던 자위기구에 대한 재조사를 조치를 당부했습니다.

심판원은 "최근 들어 자위기구를 수입하는 업체수가 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자위기구가 수입되고 있어 해당물품 중에는 사회 풍기를 심하게 해할 가능성이 있는 물품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처분청은 이러한 물품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재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통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관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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